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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재생에너지 사업 진출 논란 가열

지난달 20일 발의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발전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이 개정안은 시장형 공기업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재생 발전사업을 할 때 전기사업자에게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해 입법된다면 한국전력공사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와 같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들과 한전 자회사인 발전공기업을 비롯해 발전업계 전체에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한전 자회사인 발전공기업도 불만...“기업활동 위축될 것”= 발전공기업 내부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불만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하면 발전공기업은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전력산업구조개편 당시 우려됐던 불공정한 경쟁, 독과점 형성 가능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을 개정하면 당연히 불공정한 경쟁이 발생하고 독과점이 형성될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송배전사업자인 한전이 발전사업에 진출한다면 전력망 운영에 있어서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다.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지금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하고도 전력망에 연결하지 못한 접속대기 물량이 상당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력망을 관리하는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뛰어들면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를 적용받는 발전공기업들이 대규모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와중에 거대 기업이 경쟁자로 들어오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확보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RPS는 500㎿ 규모 이상의 발전설비(신재생에너지 설비 제외)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로, RPS를 적용받는 발전사업자들은 REC를 확보해 의무공급량을 맞춰야 한다.

또 다른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발전공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점점 발전공기업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국내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이 정부가 설정했던 목표치를 초과해 달성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발전공기업을 두고 한전을 끌어들이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개정안을 두고 2001년 한전 분사 이후 19년간 이어진 ‘송배전은 한전, 발전은 자회사’ 공식을 깨고 과거로 회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한전 수직재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전력산업정책연대에 속한 발전공기업 노동조합 관계자는 “공기업 중심으로 대규모 신재생발전사업이 필요하다는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 법안이 수직재통합을 위한 포석이라면 모를까 한전과 발전사가 분리된 상태에서 법안이 통과된다면 모든 발전공기업이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직재통합에 찬성하지 않는 업계 관계자도 “법안이 발의된다면 결국 발전공기업은 존재 의미가 사라지고 한전은 과거처럼 발전도 가능하게 되는 상황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며 “그럴거면 차라리 한전과 발전공기업을 다시 합치는 게 낫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현재 신재생에너지 정책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해소할 새로운 사업자를 내세우려는 그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력분야 한 전문가는 “신재생에너지 접속대기 물량이 많은 현재 상황에서 한전이 책임지고 계통연계까지 하라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전력계통은 고려하지 않고 부지가 저렴하고 해·바람 등 자연조건이 좋은 곳에 몰릴 수밖에 없으므로 한전이 전력계통을 고려해 적절한 부지에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조성하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은 한전이 발전공기업과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의견도 있어 당분간 해당 법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민간사업자 입지 더 좁아질것…“민간시장 보호할 근본 대책이 먼저”=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허용하느냐 마느냐를 논의하기에 앞서, 이를 허용한다면 민간시장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이고 납득이 가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당장 한전이 대량의 REC를 판매한다면 가뜩이나 REC 폭락 탓에 경영난을 겪는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서다.

전기를 구입해서 파는 한전이 전기를 만들겠다는 것만으로도 반대할 일인데, 계통정보와 가격정보 등을 쥔 한전이 민간사업자들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낮춰 결국 민간 사업자의 입지가 심각하게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 사업자들이 전부 한전의 눈치만 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결국 과거 한전이 전력산업의 대부분 권한을 갖고 있던 시절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한전은 이와 관련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에 따른 의무이행량을 할당받고, REC 거래를 제한함으로써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또 망 정보를 공개해 금지행위와 관련한 규정도 한층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신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비친다.

이 같은 전제조건을 내걸었어도 업계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당장은 재생에너지 저변 확대를 위한 사업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결국 전력계통을 쥐고 있는 한전이 자사의 이익에 치중해 법의 입법 취지를 흐리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수 년 간 태양광 계통을 두고 한전에서 벌어진 여러 비리들은 태양광 업계의 신뢰를 빼앗아가기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태양광 업계의 경우 최근 고질적인 계통문제 탓에 발전소를 지어놓고도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전 전력연구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계통에 접속하지 못한 태양광 물량이 6699MW 수준에 달한다. 전체 1만3911MW 재생에너지 중 절반 정도가 계통에 접속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전 일부 직원들은 본인들이 가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비리에 연루돼 왔다.

지난 2018년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한전이 태양광발전사업과 관련해 업자로부터 절차 편의 제공 등의 명목으로 20명을 입건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한전 직원 9명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에도 전주지방검찰청이 한전 전‧현직 직원 13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이들은 태양광 발전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신 1000만원부터 1억원까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일부 직원은 가족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실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처럼 태양광과 관련해 한전 직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정황이 적지 않았던 만큼, 한전도 이 같은 부정을 완벽히 차단할 방도가 없다고 업계 관계자는 지적했다. 언제든 업계가 우려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이 과거 전력산업의 모든 것을 쥐고 있었던 때로, 그야말로 ‘왕의 귀환’을 해보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입지도, 계통도 가진 한전이 최근 송배전망 운영에 발전까지 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대표발의자인 송갑석 의원이 최근 내놓은 40MW 이상의 발전사업만 참여시키도록 하겠다는 얘기도 눈가리고 아웅 식의 답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키워드는 ‘신뢰’다. 한전을 완벽히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제도가 시행되면 민간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모두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법안을 실시하기에 앞서 민간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부터 함께 논의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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